칼시(Kalshi) 예측시장이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Ayatollah Ali Khamenei)’ 관련 계약의 ‘정산 방식’을 둘러싸고 미국에서 집단소송에 휘말렸다. 하메네이 사망 보도 이후 칼시가 ‘death carveout(‘사망 예외’ 규정)’을 적용해 ‘정답’을 맞힌 참가자들에게 계약당 1달러를 지급하지 않았다는 게 원고 측 주장이다.
이번 소송은 미국 캘리포니아 중부지방법원에 제기됐다. 쟁점이 된 시장은 “Ali Khamenei out as Supreme Leader?”(알리 하메네이가 최고지도자 자리에서 물러나는가)라는 주제의 예측시장이다. 원고들은 이 시장의 참여자들이 “3월 1일까지 하메네이가 최고지도자에서 물러난다”는 결과를 맞힌 ‘예(Yes)’ 계약이, 일반적인 정산 관행대로 ‘계약당 1달러(약 1,485원)’로 결제될 것이라고 합리적 기대를 가졌다고 보고 있다.
하메네이 사망 소식은 소장에 따르면 2월 28일 복수의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이 때문에 “3월 1일까지 직에서 물러난다”에 베팅한 트레이더들은 자신이 보유한 ‘예’ 포지션이 플랫폼의 표준 정산 규칙에 따라 지분당 1달러로 확정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예측시장’ 투자자 입장에서는 결과가 발생했고, 따라서 ‘정답’에 해당하는 계약이 전액 지급되는 게 상식적인 시나리오라는 인식이었다.
하지만 칼시는 이 시장에 ‘death carveout provision(‘사망 관련 예외 조항’)’을 적용했다. 이 조항은 지도자가 ‘오로지 사망으로 인해’ 직에서 물러난 경우, 결과를 일반적인 1달러 전액 지급이 아니라 ‘마지막 거래 가격(final traded price)’ 기준으로 정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해당 시장에서 최고지도자 교체의 원인이 ‘죽음’일 때는 ‘죽음을 맞힌 사람’이 1달러를 꽉 채워 가져가지 못하도록 설계된 장치다.
원고 측은 이 예외 조항 적용으로 인해 결과를 정확히 예측한 참여자들이 ‘약속된 수준의 정산금’을 받지 못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소장에는 “원고와 가상의 집단 구성원들은 결과를 정확히 맞혔음에도, 약속된 금액을 수령하지 못했다”는 취지의 문구가 담겼다. 또 실제 지급액이 ‘자의적(arbitrary)’ 성격을 띠었고, 시장 참여자들이 기대했던 계약 가치와 비교해 현저히 낮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소장에 명시된 원고 2명이 보유했던 포지션 총 규모는 약 259.84달러(약 38만6,000원) 수준이다. 금액 자체는 크지 않지만, 문제의 이란 최고지도자 예측시장은 전체 거래 규모가 5,400만달러(약 801억9,000만원)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이 때문에 이번 분쟁은 단순한 개인 투자자 손실 보상 문제를 넘어, ‘예측시장 플랫폼 전체의 신뢰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원고들은 특히 ‘사망 예외’ 조항의 고지 방식이 부적절했다고 문제 삼는다. 칼시가 이 항목을 사용자들이 거래 진입 직전에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안내 영역에 배치하지 않고, 기술적 성격이 강한 ‘세부 시장 규칙(technical market rules)’ 문서에만 숨겨두다시피 했다는 주장이다. 대다수 이용자는 베팅 전에 해당 문서를 꼼꼼히 읽지 않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사망 예외’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기 어려웠다는 논리다. ‘의사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보’를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둔 것이 공정성 위반이라는 비판이다.
시장 정산이 이뤄진 뒤,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타렉 만수르(Tarek Mansour) 칼시 CEO는 X(옛 트위터)를 통해 해명에 나섰다. 그는 칼시가 개인의 ‘죽음’을 직접적인 수익 기회로 삼는 구조를 지양해 왔다며, 이번 규칙 역시 그 원칙의 연장선이라고 강조했다. 만수르 CEO는 “우리는 죽음에 직결된 시장을 상장하지 않는다”며 “가능한 결과에 ‘죽음’이 포함될 때는 사람들이 죽음에서 이익을 얻지 못하도록 규칙을 설계한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시장 페이지에서 규칙을 어떻게 ‘표시’하고, 참여자가 얼마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지가 부족했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는 향후 ‘규칙 노출 방식’과 UX(사용자 경험)를 개선해, 투자자들이 베팅 전에 계약 조건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논란이 커지자 칼시는 사후 조치로 해당 시장과 연관된 거래 수수료와 순손실(net losses)을 환급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 설명에 따르면, 이번 사건에서 정산 결과에 대한 불만은 있었지만, 최종적으로 ‘실질적인 금전 손실’을 본 트레이더는 없도록 조정했다는 입장이다. ‘손해를 본 사람은 없다’는 셈법이다.
그럼에도 원고들은 이번 환급 조치로는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소송을 통해 이들은 당초 시장 참여자들이 기대했던 ‘완전 정산(full payout)’ 기준으로 한 보상적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동시에, 향후 유사한 행위 재발을 막기 위한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함께 청구했다. 만수르 CEO는 칼시가 이미 공지된 규칙에 따라 정산을 진행했으며, 해당 시장에서 회사가 별도의 이익을 취하지 않았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예측시장(prediction markets)’은 최근 제도권과 대중 시장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이런 가운데 ‘규칙 설계’와 ‘규칙 고지 방식’이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칼시는 최근 기업가치 110억달러(약 16조3,000억원)를 인정받으며 신규 자금 조달에 성공한 대표적인 예측시장 플랫폼이다. 성장 기대가 커지는 만큼, 투자자들은 ‘플랫폼이 어떤 규칙으로, 어떤 방식으로 정산하는지’를 더욱 엄격하게 따져볼 수밖에 없다.
"의견" 예측시장의 상장 자산이 정치·인물 중심으로 확장될수록, ‘죽음’처럼 민감한 이벤트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업계 표준이 필요해 보인다. 특히 ‘죽음 예외’처럼 결과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조항은, 단순히 약관 어디엔가 적어두는 수준을 넘어, 투자자의 첫 클릭부터 마지막 확인 단계까지 반복적으로 고지하는 방식이 요구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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